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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Aston Villa FC

[EPL 분석] 레스터 시티와 비교해 보는 아스톤 빌라의 잔류 가능성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강등당하지 않은 팀은 아스날, 아스톤 빌라, 첼시, 리버풀, 맨유가 유일하다. 이 영광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빌라가 이번 시즌 정말 최악의 모습으로 강등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지난 시즌 17위로 겨우 강등을 면한 빌라가 시즌 내내 강등권을 오락가락 했어도 20위까지는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20위를 유지 중이다.

 

 

#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강등이 유력한 최악의 시즌

 

 사실 시즌 시작 전 강등을 예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시즌도 막바지에 득점력이 터진 벤테케와 잉글랜드 대표로도 뽑히며 좋은 기량을 보여준 델프의 활약 덕에 겨우 살아 남았다. 그런데 여름 이적시장에서 핵심이던 두 선수가 모두 이적했고, 그 많은 이적료로 그 만한 선수들을 사오지 못했다.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 구단주 때문에 결국 저렴하게 검증된 선수가 아닌 유망한 선수들 위주로 데려왔다.

 

 빈약한 선수 보강에 팬들 역시 불안감을 내비쳤고,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적생들은 쉽사리 적응하지 못헀고,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부진이 겹쳤다. 그 결과 1라운드에서 거둔 승리 이후 19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최하위에서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구단은 감독 경질이라는 강수를 두었고, 프랑스 올림피크 리옹을 지도하기도 했던 젊고 유망한 감독인 레미 가르드를 데려왔다.

 

 새로운 감독 아래서 그나마 조금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출신 감독 덕분인지 대부분 프랑스 리그에서 건너온(아이유, 베레투, 가나) 이적생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과감한 선수단 개혁도 이뤄졌다. 기량이 하락한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를 과감히 2군으로 보내버리고, 수년간 주전을 지켜오던 구잔도 후보로 밀려났다.

 

 그러자 결과가 조금씩 달라졌다. 20라운드까지 단 1승 밖에 없던 빌라는 이후 6경기 안 2 2 2패를 기록하며 20라운드 동안 쌓은 승점 8점을 최근 6경기 동안 쌓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19위와의 승점 차가 7점이나 나고 있으며, 강등권 팀들도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꾸준히 승점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보강은 필수적이었다. 게다가 아스톤 빌라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상이 가장 많은 팀이다. 선 발 라인업을 꾸리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그러나 구단주는 감독의 선수영입 요청을 거절하며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아무 소식 없이 끝마쳤다. 가장 보강이 절실한 팀이 아무도 데려오지 못하자 팬들과 감독 모두 실망감을 여지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공격수들이 모두 부상당한 상황에서 영입도 못하자, 2군에 있던 아그본라허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갔다. 다행이 정말 오랜만에 골을 터트리며 팀의 승리도 이끌고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빌라는 부상자도 많고, 선수단 구성도 다른 팀들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빌라에게는 이제 12경기가 남았고, 강등권 탈출은 멀게만 느껴지고 있다.

 

 

 

# ‘극적 잔류레스터 시티의 지난 시즌과 아스톤 빌라의 현 상황

 

 빌라의 잔류 가능성을 생각해 보기 전, 정확히 1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작년 26라운드 20위는 놀랍게도 레스터 시티다. 지금 프리미어리그 1위로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바로 그 팀이다.






 레스터 시티의 상황 역시 아스톤 빌라 못지 않았다. 이들 역시 초반에 맨유를 잡으면서 돌풍을 일으키나 싶더니 13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20위로 떨어졌다. 그러다 1월 들어서 잠깐 정신을 차리고 2 1무를 기록하더니 다시 또 부진에 빠지며 20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같은 상황 속 두 팀은 겨우 승점 2점 차이다. 득점도 적고 실점은 더 많은 빌라가 좀 더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많이 다르다곤 볼 수 없다.

 

 이랬던 레스터가 정신을 차린건 4월이 되어서였다. 강등이 확정되어가던 상황에서 레스터는 9경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레스터는 연승행진을 시작했다. 29라운드까지 4승 밖에 없던 팀이 마지막 9경기에서 7 1 1패를 기록하면서 20위에서 단숨에 14위로 껑충 뛰었다.

 

 극적 잔류에 성공한 레스터는 여름에도 착실하게 선수 보강을 실시하며 다음 시즌에도 그 분위기를 이어갔고, 이후에는 다들 알다시피 이번 시즌 우승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팀이 되었다.

 

 

 

# 수비 안정화가 핵심






 26라운드까지의 레스터와 나머지 12경기 동안의 레스터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평균 실점이 약 1.61골에서 약 1.08골로 줄었고, 26라운드까지 세트피스 득점으로 6골을 넣은 반면 나머지 12경기 동안 무려 9골이나 넣었다. 득점 기회 창출 횟수도 경기당 평균으로 따져보면 약 7.77회에서 약 10.42회로 훨씬 늘어났다. 소유권과 패스 정확도는 비록 줄었지만 공중볼 경합 성공률도 늘어나면서 공수 양면에서 공중볼에 우위로 인한 효과를 보았다. 게다가 수비 성공(가로채기, 슛 블록, 걷어내기)도 증가하면서 수비가 탄탄해지고, 득점 찬스도 증가하는 효율적인 축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 후트의 영입은 신의 한 수

 

 확실히 레스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였다. 26라운드까지 42실점으로 전체에서 3번째로 많은 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바실레프스키는 확실히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를 상대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레스터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스토크에서 후보로 밀린 로버트 후트를 영입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첼시 유스 출신으로 독일 국가대표까지 뽑히며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는 느린 발과 어느덧 30줄을 넘긴 나이 때문에 스토크에서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있었다.






 레스터로 온 그는 한 물 갔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적 후 곧 바로 주전으로 도약한 그는 수비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공격 시에는 위협적인 헤딩으로 공수 양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후트가 오고 난 이후 레스터의 기록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고, 극적 잔류에 성공했다. 그리고 선수 본인도 평점 7.42점으로 레스터 시티 내 최고 평점을 기록하면서 시즌을 마쳤다.

 

 후트의 가세로 수비가 안정화되자 공격도 더욱 살아나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후트의 영입은 레스터에게 가장 필요한 영입이었으며 지난 시즌 레스터의 신의 한 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빌라에게도 희망은 있는가

 

 빌라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공격이다. 실점이 전체 4위니까 20위 치고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다. 득점만 많이 해줬어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 있었을 것이다. 빌라는 26라운드까지 20골을 득점했는데 48골을 기록한 1위 레스터 시티와 28골이나 차이 난다. 공격 기회 창출이 너무 적다. 경기당 슈팅이 10.7회로 전체 18, 유효슈팅이 3.2회로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슛 기회도 적고 정확성도 낮다는 의미이다.

 

 다행히 최근 6경기 동안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 그래서 20라운드까지와 최근 6경기를 한번 비교해 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점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26라운드에서 리버풀에게 6골을 내줬기 때문에 위 기록상으론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리버풀전을 제외하면 5경기에서 단 3골만 내줬다. 20라운드까지 평균 실점률이 1.86골인데 반해 리버풀전을 제외한 5경기 동안은 평균 실점률이 0.6골 밖에 되지 않는다.

 

 미카 리차즈를 센터백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바꾸고, 구잔 대신 마크 번이 주전 골키퍼로 바뀌면서 수비 안정이 시작됐다. 게다가 기존에도 강하던 공중볼이 더욱 강해져 크로스나 세트피스에서도 더욱 위협적이 됐다.

 

 리버풀 전 6실점은 아쉽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본다면 확실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단해진 수비와는 다르게 여전히 공격력은 한숨이 나온다. 코작과 제스테드 같은 공격수들의 줄 부상과 더불어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아무도 데려오지 못하고 2군에 있던 아그본라허를 주전으로 세우고 있다.

 

 다행히 팀이 전체적으로 살아나고 있고, 아그본라허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부상 선수들도 곧 하나 둘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어 강등권 탈출 가능성도 높아 질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2월과 3월에 이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만 있다면 극적 잔류도 허황된 꿈 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강등 1순위이며, 겨울 이적시장에서 후트의 영입으로 반등에 성공한 레스터의 사례로 비추어 볼 때 만약 빌라가 강등 된다면 겨울 이적시장에 공격수 영입을 하지 못한 것이 큰 후회로 남을 것이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 스포츠다. 그 중에서도 가장 통계를 무시하는 종목이 바로 축구다. ‘공은 둥글다라는 말처럼 정말 끝까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 그 누가 1년 전 20위였던 레스터 시티가 잔류에 성공하고, 그리고 1년 뒤 그들이 1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빌라도 마찬가지다. 잔류 가능성이 0%가 아닌 이상 끝까지 해봐야 한다. ‘부상 선수의 복귀는 영입과도 같다라는 모 감독의 말처럼 비록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은 못했지만, 부상 선수가 많은 빌라에게 부상선수 복귀는 영입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좋아진 경기력과 그 기록들이 이들의 잔류 의지를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기에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확률상으로는 낮아 보인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드라마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냈을 때가 아닌가. 그리고 그 주인공이 아스톤 빌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시즌이 끝난 후 아스톤 빌라의 극적인 잔류 스토리를 들을 수 있길 조심스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