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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ties & Experiences

[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 통역, 번역] 2019 K리그 외국인 선수 과정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선수 통역


2019 외국인 선수 과정에서 동유럽 선수들 테이블 통역 하러왔다. 전공 공부 손놓은지 엄청 오래됐고, 특히나 최근까지 스페인어만 공부해서 진짜 원래 실력 회복하기는 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저번에 제리치 했던 그 경험도 있고, 다행이 강연 내용을 미리 받아 볼 수 있어서 미리 최대한 변역해서 준비해 갔다. 






위 선수들을 내가 담당하게 됐다. 저번에 봤던 제리치도 있고, 이번에 새로온 세르비아 리그 득점왕 mvp 출신 페시치도 온다. 너무 설렌다. 전공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어를 한 뒤 크로아티아 리그랑 세르비아 리그에 관심을 갖고 봐오고 있고, fm에서도 세르비아리그랑 크로아티아리그만 했다. 혹시모를 기회도 잇을거 같기도 햇고 ㅎㅎ 아무튼 진짜 리얼 발칸보이즈 들이랑 축구얘기 할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내가 잘 못하면 답답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나는 1시간 일찍 도착해서 한산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신인선수 교육도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선수들이 왔다. 작년 시상식 때 일하면서  외국인 선수들 많이 봤지만 다시 봐도 신기했다. 다들 건장하니 너무 멋있었다.






이 테이블에서 진행했다. 선수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근데 아는 선수끼리 친목 도모하더니 자기들맘대로 여기 테이블에 앉았다. 리스트에 없던 데얀 부노자 무고사가 여기로 왔다.




교육용 팜플렛이 있었다. 하나는 k리그에 관한 내용, 하나는 한국 문화에 관한 내용이었따. 맛집 지도보고 나도 가볼까 생각이 들었다.




번역만 미리 8페이지 해갔는데 선수들은 강연을 1도 안들었다. 자기네들끼리 발칸 향우회를 열고 신나게 수다떨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듣기 공부를 하는 것과 가끔 강연 내용에 대해서 '저 사람이 지금 뭐라한거야?' 혹은 ' 지금 무슨 얘기하는거야' 정도만 통역해주면 됐다. 통제가 안됐다. 통제하려고 막 말로 공지하고 그랬는데 데얀이 '너 오늘 할거 없다. 걍 편하게 있어라. 한국 내가 다안다' 이러길래 할말이 없어졌다 ㅋㅋㅋㅋㅋ 그저 이들의 흥미로운 대화를 들으며 재밌을 만한 내용을 마침 취재온 내친구 이현호기자에게 소스를 넘겼다. 


데얀이 한국 처음 온 페시치에게 조언을 엄청해줬는데 대충 기억나는 게 강남에 있는 클럽 얘기로 시작해서 작년에 활약한 말컹 얘기 하다가 페시치 옆에 제리치가 있었는데 쟤가 그 말컹에 이어 득점 2위했다. 너 이번 시즌 득점왕 할 수 있겠냐? 물어보니 페시치가 안될거같다고 멋쩍은 웃음을 짓던게 생각난다. 또 자기들끼리 한국 생활 얘기도 엄청하고 축구 얘기도 엄청하고그랬다. 그리고 또 유고비치가 데얀한테 디나모자그레브 최근 유로파리그 경기 봤냐면서 그얘길 했다. 1차전 져서 16강 갈지말지 불안하기도 했고, 새벽에 마침 깨있어서 그 경기 봤었는데 디나모가 대승을 거뒀었다. 이거 봣기 때문에 나도 대화ㅇ에 끼고 싶었는데 그들의 대화는 너무 빨라서 낄 수 가 없엇다. 유고비치가 최근에 디나모자그레브에 온 몇몇 선수들 얘기하면서 데얀보고 아냐고 묻다가 오르샤 얘기도 나왔다. 다들 오르샤를 아는 분위기였고, 무고사가 걔 거기서 잘하고 있냐니까 유고비치가 잘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 


그러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가 10분 쉬는 시간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다음 강연 시작했음에도 우리테이블 아무도 안들어왔다. 다른 테이블은 다 앉아있는데 나혼자 덩그러니 있었다. 그러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찾으러 갓더니 호텔 카페에서 자기들끼리 또 수다떨고 있었다. 이걸 보니 크로아티아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얘네들은 참 카페 앉아서 수다떠는걸 좋아한다. 평일 대낮에도 카페가 꽉차있다. 다들 일은 언제하는건지 ㅎㅎㅎㅎㅎ 무튼 가서 지금 시작했다. 돌아와야한다. 혹시 시간 더 필요하냐 했더니 무고사가 친절하게 알았다 그러고 데얀은 뭔가 딱 병장느낌으로 거들먹거리며 케익 좀 먹을래? 하다가 ㄷ괜찮다니까 그럼 이거 먹던거 만 먹고 간다고 했다.  솔직히 안올까봐 걱정됏는데 다행이 5분 뒤에 거구의 남성들이 나의 요청에 따라 자리로 복귀했다.




그렇게 험난한 오전을 보낸 후 점심에 갈비탕을 먹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좋아하려나 다들 그럭저럭 먹는 분위기였다. 다만 나는 밥의 양이 좀 적었다. ㅎㅎㅎㅎㅎ

점심시간이 끝나고 내 옆자리에 있던 블라단에게 갈비탕 어땠냐니까 맛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예의상 하는 느낌같았다. ㅋㅋㅋㅋㅋ 밥먹기전에 데얀이랑 블라단이랑 한국 음식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블라단은 김치찌개 매워서 너무 싫다고 했었다. 갈비탕은 안매워서 괜찮았나보다. 그리고 무고사도 나보고 밥 잘먹엇냐 물어봐주고 암튼 너무 착했다. 젠틀했다. 다들 내말 솔직히 잘 안듣고 그랬는데 무고사만 집중해주고 카페갈때도 이번엔 몇 분까지 가면 되냐 물어봐주고 고마웠다.




그리고 오후에는 한국 문화체험 시간ㅇ ㅣ있었다. 다들 하기 귀찮아 하는 분위기.... 옆에 블라단은 지루했는지 붓펜가지고 엄청 낙서를 해댔다. 지루할땐 낙서하는게 만국 공통인가보다. 특히나 190이 넘는 덩치에 저렇게 웅크리고 색칠공부 하고 있으니까 너무 귀여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선수들의 친필 한국어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엿다... 오후 되니까 입이 좀 풀려서 말이 잘나왔다. 선수들도 나보고 어떻게 배웠냐 자그레브살때 어땟냐 무슨음식 맛있었냐 등등 나에데해서 질문도하고 같이 놀았다. 그리고 오후 시간이 끝난 후 드디어 헤어질 시간이 됏다. 별로 한것도 없는데 다들 오늘 고마웠다 또보자 하면서 헤어지는데 너무 좋았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들과 관련된 일을 너무 하고 싶었다.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의사소통이 된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전공 언어 한참 열심히 하고나서는 아무 쓸일이없더니 이제서야 생기기 시작했다. 전공언어도 다시 좀 빡세게 해서 실력 갖춰놓아야겠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것 같다.





끝나고모든 내 테이블에 잇던 모든 선수들 팔로우를 했다. 그 중에 유고비치가 나랑 맞팔을 해줬다. 내 기억으로 무고사랑 유고비치가 진짜 친절하고 착하고 젠틀했다 느꼈는데 유고비치는 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내 글에 좋아요도 눌러줬다. 다른 선수들 다 테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유고비치 인성 짱짱 강연 중간에 그냥 축구 경기 사진이 있었는데 하필 유니폼이 레예카여서 유고비치한테 저거 리예카 아니냐고 아는 척 했더니 맞다고 자기가 뛰었던 팀이라고 하면서 아는 척을 하기도 했다. ㅎㅎㅎㅎㅎ 개막하면 유고비치랑 무고사는 유니폼 꼭 살거다






당일날 거의 유일학 취재온 이현호기자에게 많은 소스를 넘겨줬고 기사화 됐다. 진짜 전적으로 내가 테이블에서 몰래 엿들은 것이다 모두다 ㅋㅋㅋㅋㅋ이걸 기사화 해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뭐 나쁜얘긴 아니니까 괜찮겟지..? 통역에 이름 올린 것도 너무 영광이고 댓글 반응도 모두 좋았다. 이렇게 참 컨텐츠는 별별 곳에서 나온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도움 되서도 좋고, 이현호 기자에게도 도움되서 너무 좋고 이런 사적인 얘기들이 보도되면서 대중들의 관심도 살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앞으로도 뭔가 이렇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다음에도 또 이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