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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es Liga

[분데스리가 쇼] 다니엘 이전엔 내가 있었다. 분데스리가 쇼 게스트로 출연하던 시절...



작년 이맘때 나는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 티비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바로 SKYSPORTS(구 더엠)에서 하는 분데스리가 쇼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원래 '더 엠'이었던 이 채널은 스카이스포츠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 스포츠 채널로 발돋움 하려는 찰나였다. 원래 이 채널에서 분데스리가를 중계 했었고, 분데스리가 쇼 역시 방송 했었다. 나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이라이트를 보곤 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에겐 그저 분데스리가 중계나 하이라이트 보는 채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MBC월드컵 서포터즈를 알려준 바로 그 친구였다. 사커라인이라는 축구 사이트에 분데스리가 쇼에 출연할 일반이 고수를 뽑는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알려줬다. 들어가서 보니 정말이었고, 피디님이 올린 것이었다. 댓글에는 싸줄 분데스리가 고수들이 언급되었고, 다들 한번해볼까? 하는 반응이 많았다. 난 솔찍히 자신 없었다. 물론 해외 축구 본지 12년이 되었고, 나는 리그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열심히 봤다. 또한  그간 FM, 위닝 등 게임을 통해서도 여러 리그를 접했고, 분데스리가 역시 익숙한 리그였다. 그러나 방송에 나가서 심도 깊게 얘기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냥 팀들의 역사와 그간 거쳤던 선수들을 아는게 전부였고, 전술이라든지 감독 특성 같은 것은 전혀 몰랐다. 


그러나 지원한다고 돈이 드는 것은 아니었기때문에 열심히 나를 어필했다. 솔찍히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원을 하고 이제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같은 글이 올라온 분데스 매니아라는 사이트를 눈팅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했다. 이들이 나온다면 난 당연 묻힐게 분명했고, 출연한다해도 여기 사람들에게 욕먹기 충분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날 부터 이 사이트에서 열심히 글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 적어도 아는 척은 해야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리고 FM을 켜고 그나마 가장 좋아하는 팀인 묀헨글라드바흐로 골라 분데스리가를 경험했다.ㅋㅋㅋㅋㅋ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아까 나에게 이걸 추천해준 친구와 내일로를 떠났고,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누군가 뽑혔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전 성심당에 빵먹으러 갔는데 갑작스럽게 전화가 왔다. 방송국이었다. 피디님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여행중이었기 때문에 여행 끝나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여행 취소하고 가도 모자랄 판에 면접을 미루다니... 미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날이 여행 첫째 날이었고, 친구를 배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축구 경기장 투어 컨셉의 내일로였기 때문에 방송 만큼이나 나에게 중요한 여행이었다. 다행히 피디님은 배려를 해주었고, 여행이 끝난 후 토요일에 보기로 했다. 너무 설렛다. 뽑힌 것은 아니었지만 기회라도 주어지다니 놀라웠다. 틈틈히 친구랑 공부했다. 너무 어려웠다. 이적 시장이 한창인 기간이 었기 때문에 모르는 선수도 너무 많았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여행이 끝난 후 면접을 보러 서울로 향했다.


심지어 늦었다. 길도 못찾고 헤맸다. 겨우 도착했는데 다행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자기소개를 하고 얘기를 하는데 대뜸 내일 모래 촬영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게 면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미 난 뽑힌거고 그냥 직접 만나보려는 것이었던 거였다. 신기했다. 그렇게 고수들이 많았는데 왜 하필 나인지 너무 신기했다. MBC월드컵 서포터즈를 언급하며 방송국 경험을 어필한게 먹혔나, 아님 휴학생이라? 내가 자소서를 잘 쓰는건가 여태 이런거 할 때 왠만하면 다 뽑혔었다 ㅋㅋㅋㅋ 어쨌든 좋았다. 최대한 잘보이려고 노력했다. 피디님이 인물이 좋아서 화면발 잘받을거라고 해주셨다. 기분 좋았다.


곧이어 나랑 같이 출연 할 일반인 전문가 한명이 더 왔다. 분데스 매니아에서 귀뚜라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는 분이었다. 잘 알고 있었다. 공부하기 위해 이 분의 글을 엄청 많이 읽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의견을 내기 위해 해설이 없는 중계 보고, 매주 모든 경기를 다 본다고 했다. 또한 오직 분데스리가만 본다고 했다. 잔뼈 굵은 고수의 등장에 긴장했다. 나는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꺼내서 그래도 쪽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집가는 길에 둘만 남게 되자, 나의 실력을 인정하고 한수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아는 척 하다가 쪽당하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형의 번호를 받고 헤어졌다.







나는 분데스리가 쇼 마지막 코너인 '분석의 신'이라는 코너에 출연하게 되었다. 다음 주에 있을 3경기를 선정해서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다소 토쟁이? 들을 위한 코너였다. 따라서 집에가서 열심히 경기를 분석하고 작가님께 나의 소견을 보내드렸다. 얼마 뒤 1회 대본이 왔다. 와...방송 대본이라니... 신기했다. 외울라니 너무 많았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 갔다.



방송국에 가니 다들 와 있었다. 인사를 드렸다. 그 중 좀 높은 피디님이랑 얘기를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학교 노어과 출신이었다. 학연을 어필하면서 계속 하고 싶다고 살랑살랑거렸다. 나도 어쩔수 없는 사람인가보다. 그리고 아나운서 누나 진짜 인형 같았다. 키 엄청 커보였는데 나보다 작았다. 근데 비율이 너무 좋았다. 말도 안되는 몸매를 갖고 있었다. 장예원보단 조윤경 누님이 이쁘다며 또 꼬리 흔들었닼ㅋㅋㅋ 그리고 김현회 기자도 만났다. 이미 축구계에 유명한 칼럼니스트였다. 직설적인 기사 스타일 상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좋게 봤다. 신선했다 항상. 특히 축구 심판 도전기를 읽고 나 역시도 심판 시험을 보기도 했었다. 암튼 반가웠다. 



이렇게 팻말을 들고 승무패를 예측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토크쇼 형식이었다. 피디님은 일반인 전문가와 기자들의 의견 대립을 이루면서 약간 썰전같은 느낌을 원하셨다. 그러나 방송 경험이 없던 나를 포함한 일반인 둘은 너무나 긴장해서 NG도 많이 내고, 말도 더듬고, 전달력도 떨어졌다. 무서웠는데 다행히 모두들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회가 거듭할 수록 나아졌다. 


화면으로 보니 정말 뚱뚱하게 나왔다. 연예인들이 괜히 연예인이 아니구나 싶었다. 티비로 보기엔 딱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굉장히 말랐을 것이다. 거울로 보는 내가 아닌 정말 객관적인 나의 모습이 궁금했던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 역시 난 티비 출연 할 비주얼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까 그 친구 어머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하시는 말씀이 "티비로 봤을 땐 뚱뚱해보였는데 아니네?"였다.ㅋㅋㅋㅋㅋ 진짜 뚱뚱해 보이긴 하나보다. 그리고 우연히 티비보시던 외삼촌도 봤다고 전화오시고, 친척형도 채널 돌리다가 봤다고 했다. 정말 신기했다.


매주 이렇게 한번에 여러경기를 한꺼번에 보면서 열심히 분석했다. 힘들긴 했는데 분데스리가 공부도 되고 정말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행복했다. 계속하고 싶었다.



'영원한건 절대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라는 가사처럼 영원한건 없었다. 한달간 출연을 이어가며 방송에 익숙해져던 찰나, 피디님께 전화가 왔다. 예측률이 가장 떨어진 내가 다음 달부터 출연을 못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일반인 둘 중 적중률이 떨어지는 한 사람이 탈락하며 새로운 도전자를 맞는다는 형식이라고 설명해주셨지만,,, 난 알았다. 그냥 짤린거란걸. 그래도 저렇게 말해주시니 너무 감사햇다. 그리고 아쉬웠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날리다니... 


다음주에 방송을 보니 어떤 이쁜 외국인이 앉아 있었다. 독일 유학생인데 한국말이 굉장히 서툴었다. 한국말도 못하고, 축구도 잘 모르는 외국 여자한테 밀리다니 ㅜㅜ 근데 확실히 나보단 그 여자를 출연 시키는 것이 훨씬 나아 보였다. 주 시청자가 남자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쁜 여자애가 나온다는 것은 큰 매리트였다. 마음 아팠지만 응원했다.  그리고 얼마 뒤 우연히 방송을 봤는데 그 여자와 함께 비정상회담에서 유명해진 다니엘이 앉아있었다. 이제서야 진짜 방송 다웠다. 역시 일반인 출연은 굉장한 무리수 엿던것 같다...ㅎㅎ 


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방송도 출연하고, 분데스리가 공부도 하고, 심지어 어느날은 작가님이 연락와서 분데스리가 영상 영어 자막 번역 알바도 시켜주셨다.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다음에 또 방송국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고 싶다. 해설가도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암튼 그리고 저기 같이 출연했던 차상엽 기자(해설)님도 정말 좋았다. 이번시즌에도 분데스리가 해설을 하시는데 퇴근길에 나를 사당역까지 태워주시곤 했다. 그러면서 유학 조언도 듣고, 사회 생활 선배로써 조언도 정말 많이 해주셨다. 많이 도움 됐다. 나중에 다시 뵌다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딱 일년이 지난 지금 문득 생각나 글을 썼다. 나중에 해설가가 될 수도 있지만(ㅋㅋㅋ), 어쩌면 앞으로 다시 없을 방송 출연일 수도 있다.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고, 축구계로 진출하려는 나에게 정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노르웨이대 크로아티아 중계도 함께 봤다. 언젠간 지금 중계하시는 김태륭 해설위원이나 한준희 해설위원 같은 분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 쉽지 않은 것 알지만 조금씩 다가가다보면 언젠간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목표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게 좋은 기회를 주신 피디님께 일년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