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위 짤로 유명한 1994년 미국 월드컵 아르헨티나 져지를 소개해보겠다.
마라도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하나로서
경기 영상을 수도 없이 봤다. 그러나 신이주신 재능에 비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논란에 시달리며 축구 외적인 문제도 많이 일으켰던 사람이다.
어떤이들은 약쟁이라며 그의 실력이나 기록을 폄하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마약과 나태한 자기관리 등은
마라도나의 치명적인 단점이자 약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놀라운 재능은 절대 폄하할 수 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마라도나 다큐를 보면 나폴리에서 마피아의 압력에 의해 나쁜길로 빠지게 된 것이라
커버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도 그만의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둠의 세계나 마약이란게
한번 담그면 왠만한 의지력으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알것이다.
특히 마라도나도 마피아들과의 관계도 끊고 마약도 끊으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런데 한 번 망가진 신경계는 돌이키기 힘든가 보다. 마라도나는 은퇴 후에도 알콜중독이나 마약 등으로
계속 뉴스에 나왔었다. 이래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말라는 것 같다.
마라도나는 인터넷에서 사지 않고 '에브리바디 빈티지'라는 곳에서 구입했다.
에브리바디 빈티지는 제주 시내 동문시장 근처에 있는 빈티지샵으로 다양한 구제 의류를 팔고 있다.
나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간 김에 지난번에 들렀던 이 곳을 친구들에게도 소개하며 들르게 되었고,
지난번과는 또 다른 유니폼들에 다시 눈이 돌아갔다.
그치만 예산 때문에 구매는 참으려던 찰나 이 유니폼을 발견하게 됐다.
마라도나때문에 지금과 달리 위험하다고 가지말라던 나폴리를 무리해서
여행 일정에 넣어 인종차별 오지게 당하면서까지 다녀온 사람으로서 참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유니폼 자체가 너무 이쁘고 특히 보관 상태가 너무 괜찮았다.
물론 이 월드컵 자체는 마라도나에게 불명예스러울수도 있다.
마라도나는 국가대표 은퇴상태였는데 아르헨티나가 지역예선에서 부진을 겪어
호주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까지가게 되자 은퇴를 번복하고 호주를 상대로 승리하며
월드컵 본선으로 팀을 올려놓는다.
마라도나는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골을 넣는데 관여했고, 후반 60분에 패스플레이를 통해 골을 기록하며, 4:0 대승을 거두는데 일조한다.
이어지는 2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동점인 상황에서 빈 공간에 있던 동점골의 주인공 클라우디오 카니자에게 패스를 찔려주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카니자가 그대로 결승골을 집어넣으며 어시스트를 기록한다. 결과는 2:1로 아르헨티나가 승리한다.
1994 FIFA 월드컵 미국 본선에서 마라도나는 이미 전성기에 비해 운동 능력은 많이 하락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역시 천재적인 축구 감각만큼은 살아 있어서, 플레이메이커로서 팀을 진두지휘하는 면모를 보이며 아르헨티나는 초반 두 경기에서 6득점 1실점을 기록하며 지역 예선에서의 불안함을 씻어내고 브라질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마라도나는 두 번째 경기 후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에페드린 양성 반응으로 미국을 떠나야만 했고, 강자의 면모를 상실한 채 이 대회에서 이전까지 나이지리아에 3:0으로 지는 등 아르헨티나보다 당연히 한 수 아래라 여겨지던 불가리아한테 졸전 끝에 2:0으로 패해 조 3위로 떨어져 간신히 16강에 안착하는 한심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버텼지만, 아르헨티나는 16강전에서 게오르게 하지의 루마니아와 난타전을 벌인 끝에 패하며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마라도나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허무하게 끝낸 후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단순히 위대한 축구 선수로서의 그가 끝났던 것이 아니라, 위대한 아르헨티나의 표상이 끝났던 순간이었다.
이 대회에서 마라도나는 축구를 1년 넘게 쉬고 남미로 복귀한 34살의 노장이었음에도 자신이 출전한 2경기에서 완벽한 공수조율 플레이메이킹을 하면서 클래스를 보여줬다. 하지만 도핑에 걸리게 되고 월드컵에서 추방당하면서 플레이메이커를 잃게 된 아르헨티나는 무기력하게 월드컵에서 떨어지고야 만다. 아르헨티나에 마라도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쩌다보니 마라도나의 마지막 월드컵 져지를 갖게 됐다.
준우승한 90년, 우승한 86년도 월드컵 져지는 아니지만
디자인으로 볼땐 제일 이쁘고 나름 가치있는 져지라 생각한다.
특히 관리상태가 너무 좋아 나중에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 같다.
올해 펠레도 돌아가시고 근현대 축구사의 두 명의 신이 이제 고인이라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어릴때 펠레 자서전도 읽고, 마라도나 영상도 찾아보고
월드컵 같은 행사에서도 두 선수가 항상 참석했었는데
뭔가 나랑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 기분이라 기분이 씁슬하다.
그리고 메시가 정확히 36년만에 월드컵을 우승하면서 그 다음페이지가 채워지고 있는 상황인 것 처럼 느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두 선수와 함께 했고 그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귀중한 유니폼은 영원히 잘 간직해야겠다.
Que descanse en paz, Die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