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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EPL 칼럼] 잘나가는 웨스트햄, 몇 위로 시즌을 마감할까?




 프리미어리그에 레스터 시티의 돌풍에 모두들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그보다 조금 밑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도 만만치 않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슬라벤 빌리치 감독 아래, 드미트리 파예가 이적하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대 혼돈상황인 가운데 과연 웨스트햄이 얼마나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감해 볼지 알아보자.

 

 

# 탄탄한 스쿼드, 그리고 이적생들의 활약상

 

 지난 시즌 웨스트햄은 1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샘 앨러다이스 감독의 지도하에 일명 뻥축구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전술 특성상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고, 부상선수도 발생하면서 결국 12위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시작 전 감독이 바뀌었다. 바로 크로아티아 국가대표도 역임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슬라벤 빌리치 감독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웨스트햄에서 선수생활 경험도 있어 프리미어리그에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빌리치 감독이지만, 잉글랜드를 떠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고, EPL 클럽 감독으로는 첫 경험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많았다.

 

 게다가 여러 선수들이 영입되고 방출되며 선수단 구성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칼튼 콜, 케빈 놀란 등 웨스트햄에서 오래 뛰었던 베테랑 선수들은 세월의 흐름에 고개를 숙였고, 자유계약으로 풀리게 됐다. 또한 다우닝, 자비스, 옐라비치, 사라테 같은 선수들도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하며 대대적인 선수단 물갈이가 시작됐다. 이어 많은 선수들이 영입됐다. 드미트리 파예, 오그본나 같은 이름 값있는 선수들을 데려오는데 꽤 많은 돈을 썼다. 게다가 오비앙, 바이람, 미카엘 안토니오 같은 유망주들도 데려왔다. 또한 알렉스 송, 빅터 모지스, 란치니 등의 선수들을 임대로 데려왔다.

 

 많은 선수들이 바뀌었다. 오랜 기간 팀에 몸 담았던 선수들이 많이 나가고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 영입됐으며, 대부분 잉글랜드에서 뛴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었다. 때문에 웨스트햄에게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었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적응할 기간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게다가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까지 생각하면 더욱 이번 시즌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우려는 금새 사라졌다. 빌리치 감독은 기존의 롱볼축구를 버리고, 짧은 패스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팀 멤버 구성원들을 봤을 때, 체격이 좋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 선수들을 두고 바르셀로나처럼 플레이하는 것은 자원 낭비였다. 그래서 빌리치 감독은 롱볼과 숏패스를 적절히 조화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의 투박함을 버리기 위해 테크닉이 좋은 미드필더들을 많이 영입했는데 효과가 굉장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중앙에서 창의적인 미드필더들의 드리블과 패스로 공격을 풀어나가면서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를 보여줬고, 막힐 때는 측면 크로스 혹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이용했다. 극단적이지 않고, 여러 요소를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상대팀의 약점을 공략했다. 기존 선수들의 활약과 더불어 이적생들의 활약이 엄청났다. 적응 기간도 없이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특히 웨스트햄이 부상자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후보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중 특히 드미트리 파예의 활약상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파예는 지난 시즌 마르세유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빅클럽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웨스트햄으로 이적했다. 많은 이들이 테크닉이 뛰어나고 드리블을 많이 하는 플레이 특성 상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수비에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적응하는데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첫 시즌부터 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하며 9 8도움으로 팀 내 득점과 도움부분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화려한 드리블과 창의적인 패스로 웨스트햄의 공격에 창의성을 불어넣어주고,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득점과 도움까지 올리고 있어 명실 상부 팀의 에이스다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팀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며 빅클럽들의 다음시즌 영입 타겟으로 급부상중이다.

 

 또한 아르헨티나 국적의 란치니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알자지라에서 임대로 데려왔는데 파예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란치니 역시 파예와 같이 2선 자원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에서 뛸 수 있는 선수인데, 엄청난 테크닉으로 상대팀을 휘저으며 득점도 꽤 많이 터트렸다. 6골을 득점하며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완전이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뒤에선 쿠야테가 받쳐주면서 수비와 공격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사실상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피지컬도 굉장히 좋아 공격 가담을 통해 종종 골도 터트린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잘 하는 경우도 참 드문데, 빌리치 감독의 능력이 드러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고

 

 웨스트햄은 저번 감독이었던 샘 알러다이스의 롱 볼 축구의 색이 진하게 남아있던 팀이었다. 잘 먹히는 팀에게는 잘 먹혔지만 안 먹히는 팀에게는 계란으로 바위치는 느낌의 공격전개가 되어 무기력하게 지기 일쑤였다. 따라서 빌리치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파예, 란치니 등 테크닉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많이 데려왔다. 그리고 이전보다 짧은 패스를 많이 하라고 주문했다. 따라서 효율적인 공격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선수들의 활약도 좋아서 감독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전개됐다.

 

 짧게 풀어갈 땐 짧게 풀어가고, 안 풀리 때는 앤디 캐롤 같은 장신 선수들을 이용해서 포스트 플레이를 노린다. 또한 다른 포지션에도 장신선수들이 많아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굉장히 위협적이다. 웨스트햄의 이번 시즌 세트피스 득점은 13골인데 토트넘(17)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한 지공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당 슈팅 수 평균이 14개로 프리미어리그 20팀 중 5위에 해당하며 경기 당 유효슈팅 횟수도 4.7개로 5위에 해당한다. 순위에 걸맞는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며 효율성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까지 즐겁게 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또한 웨스트햄은 강팀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 리버풀을 상대로 홈과 원정 모두 승리를 거두며 승점 6점을 챙겼고, 첼시, 아스날, 맨시티를 상대로 4, 토트넘을 상대로 3점을 얻었다. 소위 말하는 강팀들을 상대로 많은 승점을 챙겼다. 충분히 4위안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적이지만 약팀들을 상대로 가끔 어이없는 무승부나 패배를 당해서 아쉽게도 6위에 머물고 있다.

 

 

#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할까?

 

 

 웨스트햄은 승점 52점으로 6위에 올라있다. 4위 맨시티는 57점으로 5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게다가 웨스트햄의 남은 일정을 봤을 때 레스터와 맨유를 제외하고는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하위권 팀들이다. 따라서 남은 일정 마무리를 잘 한다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부상 선수들이 복귀했고, 팀의 분위기도 매우 좋다. 공식 경기에서 10경기 째 무패행진 중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이 강팀들과의 경기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긴 게 잘 한 것일 수도 있다. 승점 1점 역시 굉장히 소중하다.

 

 좋은 성적을 내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다. 감독의 능력, 선수들의 능력, 팀의 분위기, 남은 일정까지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사고치기 딱 좋은 조건이다. 과연 웨스트햄이 이번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그리고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프리미어리그를 시즌 끝까지 흥미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