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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던 ‘유리몸’ 엘 샤라위의 완벽 부활



[비즈볼프로젝트 정진호] 축구계에는 굉장한 재능을 보유했지만, 반복되는 부상 때문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늘 유리몸’, 혹은 잊혀진 재능같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축구팬들이라면 단 번에 떠올릴 다이슬러, 디아비, 쥐세페 로시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AC밀란에서 소년가장으로 촉망받던 엘 샤라위도 지속적인 부상과 폼 저하로 축구 팬들 머리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로마로 임대이적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 ‘소년가장에서 유리몸까지, 평탄치 않던 엘 샤라위의 선수생활

 

 이집트인 아버지와 스위스계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테판 엘 샤라위는 어린 시절부터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각급 대표팀을 두루 거쳤고, 제노아 유스팀에서 성장한 후 16세가 되던 2008년 세리에A에 데뷔전을 가졌다(세리에A 역대 4번째 최연소 데뷔 기록). 이후 2010년까지 단 3번만 출전하며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지만, 어린 10대 선수에게는 세리에A 팀의 1군에서 훈련하고 벤치에 앉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18세던 2010, 출장 기회를 찾아 세리에B에 있던 파도바로 임대를 떠났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세리에B는 좁았다. 팀에서 적응기도 필요 없이 금새 키 플레이어로 거듭났으며, 팀을 승격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결국 노바라에게 패하며 승격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10대의 나이로 엘 샤라위는 2010-2011 시즌 세리에B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놀라운 잠재력을 보인 엘 샤라위는 곧바로 여러 팀들의 관심을 받았고, 결국 AC밀란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첫 시즌 쟁쟁한 공격 진 사이에서 대부분 교체로 28경기를 출전했고, 4골을 집어넣으며 큰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시즌인 2012-2013시즌 팀의 핵심 멤버였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치아구 시우바가 PSG로 이적하면서 팀 사정은 굉장히 악화됐지만, 엘 샤라위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2012 10월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을 하며 AC밀란 역사상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한 가장 어린 선수(19 342)가 된 그는 엄청난 득점행진을 벌이며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리빌딩 실패로 기울어가는 AC밀란을 홀로 고군분투하며 먹여 살리기 시작했다. 전반기에만 16골을 득점했고, 리그에서만 14골을 득점하며 세리에A 득점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때부터 소년가장이라는 별칭이 그의 이름 앞에 붙기 시작했다.

 

 이후 시즌 후반기에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살짝 폼이 떨어졌고, 리그에서 2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세리에A 득점 3위로 시즌을 마쳤고, 모두들 그가 폼을 찾으면 전반기 같은 활약상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이미 이탈리아 최고의 유망주로 축구팬들에게 인식돼있었다. 하지만 그의 본격적인 부상 경력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2013-2014시즌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던 9, 엘 샤라위는 오른발 미세골절로 3개월 동안 스쿼드에서 빠졌다. 그리고 12월 복귀에 급한 감이 있었는지 같은 부위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았고, 4개월간 스쿼드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5월에서야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상으로 시즌과 더불어 월드컵 진출에도 실패한 엘 샤라위는 심기일전하며 2014-2015시즌을 준비한다.

 

서서히 폼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예전 같은 득점력을 보이지 못했던 그는 11월이 되어서야 리그에서 득점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 경기에서 또 다시 장기 부상을 당한다. 그 부상으로 인해 그 시즌 대부분을 날렸다. 결국 5월 말에 복귀해서 2골을 터트리며 건재함을 알리긴 했지만, 두 시즌을 부상으로 날리며 2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탓에 밀란 팬들에겐 전 소년가장이었던 파투를 떠올리게 했고, 그의 부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감독 눈밖에 난 엘 샤라위는 2015년 여름 공식경기에서 25경기 이상 출전할 경우 완전 이적이라는 조항을 포함한 계약 조건으로 AS모나코로 임대를 떠났다. 부활을 꿈꾸던 엘 샤라위는 모나코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전반기 동안 모든 대회 통틀어 3골 밖에 넣지 못했다. 게다가 모나코의 자르딤 감독은 그가 유리몸인 것 같다며 완전이적을 원치 않았고, 완전 이적 조항이 발휘되기 직전인 24경기까지 뛴 후 경기에 투입시키지 않았다.

 

결국 모나코는 임대 해지를 원했고, 엘 샤라위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그러나 이때 AS로마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왔다. 결국 2016 1월 시즌 끝까지 임대 후 로마가 원하면 13m유로에 완전이적이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임대를 확정 지었다.

 

#2. 언제 부진했냐는 듯 로마에서 다시 부활한 파라오

 

긴 부상과 모나코에서의 실패로 인해 잊혀진 재능이 되어가던 엘 샤라위는 로마에 오자마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데뷔전에서 환상적인 힐킥으로 데뷔골을 넣는 것을 시작으로 리그에서 6경기 동안 5 2도움을 올렸다. 특히 이집트 국적의 살라와 함께 보여주는 이집트 콤비는 굉장히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whoscored.com



가장 좋았던 2012-2013시즌에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 나아진 느낌이다. 당시 밀란과 현재 로마를 비교해 봤을 때 로마가 훨씬 더 좋은 팀이긴 하지만, 어쨌든 기록은 지금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7경기에서 7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으며, 슈팅 수도 많아졌고, 정확도도 높아졌다. 특히 ‘Conversion Rate(찬스 대비 득점으로 전환되는 확률)’가 상승하면서 좀 더 효율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게다가 키패스는 줄었지만 드리블 성공률은 높아졌는데, 이는 밀란 시절에 비해 전진 배치되어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라와 함께 전방에서 로마의 역습 전술의 핵심이며, 평점도 경기수가 적긴 하지만 어느새 팀 내 1위에 위치하고 있다. 기록으로 알 수 있듯, 2012/2013 시즌 이상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어쩌면 그의 재능이 드디어 완전히 만개하려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3. 그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을까?

 

 이집트 감독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축구협회로부터 그의 재능으로 보아 몇 년 안에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될 것이며, 미래를 위해 이탈리아에서 뛰어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이탈리아 국적 선택을 권유 받기도 했던 그가 2년 반 동안의 아쉬웠던 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려 하고 있다. 부상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라는 말처럼 그의 잠재력은 언제든 다시 터질 것이다.

 

 우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상이다. 오로지 부상 때문에 그의 커리어가 엉망이 됐다. 그 역시도 지난 부상들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았을 것이다. 부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무리한 출전은 삼가 해야 한다. 오른발 수술 했을 때도 복귀한지 얼마 안 돼서 무리한 출전을 감행해 발생했었다. 본인은 물론이고 감독 및 팀 전체가 함께 도와줘야 한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그의 로마 완전 이적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게다가 부상 없이 폼을 유지한다면 이번 여름 열리는 유로2016 출전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의 재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부상 없이 지금 폼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지, 그리고 기대를 받았던 것만큼 성장 할 수 있을지에 따라 로마와 이탈리아의 미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꾸준히 성장해준다면 로마와 아주리의 최전방을 책임져 줄 것이 확실하다. 부상에 또 다시 발목 잡힐 것인가 혹은 재능을 제대로 꽃피울 것인가, 엘 샤라위 앞에 놓인 미래가 어느 쪽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일러스트 = 신정환